[뉴스피아] 청와대는 22일 지난 8월 일본에 통보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효력에 대해 '잠정적 종료 중지'를 선언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오후 6시 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 비밀정보보호 협정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이같이 결정했다"며 "한일 간 수출 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개 품목 수출규제에 대한 WTO 제소 절차를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 없이 지소미아 연장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수출 규제 철회를 위한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만 종료 통보를 잠정적으로 중지한다는 '조건부 연기'인 셈이다.

당초 일본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청와대의 입장이 바뀐 것은 막판까지 긴박하게 이어진 일본과의 물밑 접촉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2차장이 "한일 양국 정부는 최근 양국 간에 현안 해결을 위해 각각 자국이 취할 조치를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은 이날 오전에도 한국의 수출 규제 철회 검토 요구에 대해 "일본은 지금까지 일관된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철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한국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여기에 "한미일 안보 협력에 지소미아는 필수"라며 막판까지 한일을 압박해온 미국의 입김도 작용했다.

이에 양측은 각국의 명분은 확보하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당장의 지소미아 종료는 피한 셈이다. 미국 역시 한·미·일간 안보협력 갈등 문제를 잠시 피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일본과는 수출규제 문제와는 별개로 징용 배상 문제가, 미국과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지소미아 종료 철회 이후 한미일 외교 수장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어떠한 후속 논의들이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의 MEMC코리아 실리콘 웨이퍼 제2공장 준공식 축사를 통해 "우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더해 소재·부품·장비의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반도체 제조 강국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아우르는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세계 최대의 수요시장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지소미아 종료 선언 당일,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외투 기업 현장을 방문해 일본의 수출 규제로 시작된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것은 극일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